[책마을] '다름'을 품은 자본주의…결과는 놀라운 부의 창출

입력 2017-02-02 17:26   수정 2017-02-03 05:52

의식 있는 자본주의
찰스 햄든 터너·폰스 트롬페나스 지음 / 이종인 옮김 / 세종서적 / 600쪽 / 2만5000원

반이민 물결 속 소수자문화 주목…국가 번영에 이민자 역할 강조
"실리콘밸리 총매출 3분의 1 중국·인도 출신 기업인이 올려"



[ 송태형 기자 ] 세계가 ‘이민자 반대’ 물결로 요동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제한과 난민 입국 일시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는 무슬림 혐오 정서가 강해지면서 이민자를 거부하고 있다. 서구 세계에서 득세하고 있는 반이민과 반다문화주의의 기저에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를 나눠 가졌다는 대중의 정서가 깔려 있다.

이민자 공동체를 포함한 소수자 문화는 국가 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저명한 경영철학자 찰스 햄든 터너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경영 컨설턴트 폰스 트롬페나스와 함께 쓴 《의식 있는 자본주의》에서 “이민자들은 많은 부를 창출해 주류 문화에 가치를 제공해왔다”며 “포괄적인 소수자 문화가 가장 큰 부를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튼실한 융통성을 갖춘 체제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부여한다. 자유로운 사람들과 기업들은 그 안에서 ‘온갖 종류의 조치들’을 만들어낸다. 자본주의는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한시도 쉬지 않고 진화하면서 부를 창출해왔다.

핵심적인 가치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다양성 그 자체로는 ‘고장 난 신호등’과 같다. 다양성의 신호등은 포용이라는 가치와 만나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포용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30년 전쟁은 유럽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놨고,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600만명이나 살해했다.

이민자 공동체나 소수자 집단 등 주류와 다른 가치와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의 장점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 특징은 ‘변경 불가’다. 이들은 이 조건을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하며 주류 문화와 경쟁하고, 주류의 배타적인 태도에 포용의 가치관으로 맞섰다. 또 교육과 지식을 강조하며 이것이 자신들을 해방시킬 수단으로 봤다. 미국에선 유대인, 중국인, 인도인 이민자가 백인 미국인보다 교육이나 경제면에서 더 높은 성취를 기록했다.

2000년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580억달러가 넘는 실리콘밸리 전체 부의 3분의 1이 1970년 이후 미국에 들어온 중국인과 인도인에 의해 창출됐다. 영국 산업혁명 시기 소수 하위 문화였던 퀘이커 교도들은 인구 기준으로 평균보다 40배나 많은 부를 창출했다. 그들의 가장 커다란 가치는 ‘내 말이 곧 나의 보증’이란 금언이었다. 이 덕분에 약속 어기기가 다반사던 영국의 금전거래 문화에서 퀘이커는 금융 문화의 상당 부분을 창조했다.

책의 원제는 ‘자본주의의 아홉가지 비전(Nine visions of capitalism)’이다. 저자들은 특정 상황에서 아주 효율적인 ‘자유 기업(free enterprize)’의 아홉 가지 형태를 검토하고 각 형태의 성패 요건을 탐구한다. 탐구 대상에는 국가 내 소수자 문화도 포함한다. 흔히 한 국가를 번영하게 하는 것은 그 국가의 소수자 문화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오랫동안 놀라운 성공을 거뒀고 지금도 세계 경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모델은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에 기반해 공동체보다 개인과 자기 이익주의를 강조하고 보편적 규칙 적용에 바탕을 둔다. 저자들은 영미식 자본주의가 한때 성공을 거둔 장점들의 조합을 과도하게 사용해 성장의 한계와 양극화의 위기 등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경제의 법칙들을 고정하는 데 집중해 많은 예외적 사항을 소홀하게 취급하고, 철저한 개인주의가 부 창조의 핵심인 다양한 인간관계에 지장을 주고, 소비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생산의 필요성은 무시하고, 돈 벌기에 정신이 팔려 간접적인 부의 창조 과정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특히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주주 이익 극대화를 좇는 주주자본주의와 금융 시스템에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는 물론 직원과 납품업체, 고객,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이익을 아우르는 ‘관련 당사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관련 당사자들로 이뤄진 산업생태계가 건전해져야 자본주의가 장수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런 주장을 큰 줄기로 삼아 다양한 비전을 보여준다. 주주보다 직원과 납품업체를 배려하는 싱가포르 정부 모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시(關係)’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는 중국 기업, 관련 당사자들이 1 대 1 대면 관계를 맺음으로써 수익성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독일 중소기업 미텔슈탄트 모델 등이다.

홀푸드, 스타벅스 등 관련 당사자 간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의식 있는 자본주의’ 운동, 스스로의 이익보다 공유된 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은행연합’ 운동, 초기 단계부터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등도 비전으로 제시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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